- Published on
컨텐츠가 없는 사람
- Authors
- Name
- Taehwa Yoon
티스토리, 워드프레스, 네이버 심지어는 웹개발자랍시고 어설프게 직접 만든 블로그까지 늘 비슷한 결말로 끝나곤 한다. 그나마 개발자 블로그로 정체성을 가지고 시작한 마지막 블로그는 주제가 한정되다 보니 뭐라도 쓰기는 했던 것 같다.
뜻하지 않게 새롭게 블로그를 만들게 된 것도 지난번 블로그에 무언가를 쓰려고 했던 순간 블로그와 연동된 CMS가 더이상 동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충동적으로 도메인을 구매하고 Next.js를 이용해 호기롭게 템플릿을 시작할때까지만 해도 또다시 이것저것 건드려 가며 뭐라도 만들어볼 요량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열심히 있지도 않은 디자인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다 스타일을 손보고, 쓸데없는 기교를 부릴 수록 완성된 공간에 쓸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가리기 위한 애처로운 노력처럼 느껴졌다.
입주청소를 마친 휑한 공간에 또다시 덩그러니 누워 자괴감에 빠질 모습을 떠올리며, 과감히 코드에는 별다른 손을 대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난 몇년을 돌아보면 컨텐츠가 쌓일래야 쌓일 수가 없는 하루하루를 살았던 것 같다.
기계처럼 회사에서 마주하는 일들에 몰두하고 퇴근후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내일인지 잘 구분도 안되는 비슷비슷한 하루들의 반복이었다.
아이가 커가는 동안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진폭으로 감정의 파고를 느끼고 이루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지만 무언가를 여유롭게 즐기고 혼자서 곱씹을 시간은 기꺼이(는 아니지만) 반납해야했다.
시기가 시기라 시즌 243234호 다짐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1년, 1년을 뒤돌아 보면 이제는 어느정도 여유가 생긴것 같아 뭐라도 좀 쓰는 습관을 들여보려고 한다.
왜 쓸말이 없을까.
당연하게도 인풋이 없으니 딱히 쓸것도 없다.
생각해보면 그게 알량한 지적 허영심의 발로였다 하더라도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읽고, 보고, 듣던 시절엔 나름의 개똥철학이라도 끄적일 거리들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책도 좀 많이 보고, 영화도 많이 보고, 음악도 많이 들어야겠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은 늘 그랬듯 '농담'이다.
뭐 대단한 인풋이라도 넣을 것 처럼 주저리주저리 쓰고서는 닳고 닳을 만큼 읽은 책을 또다시 꺼내드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 책 만큼 내 비뚫어진 심성에 공명을 일으키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밀란 쿤데라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지만 그 아저씨가 남긴 텍스트는 두고두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으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여튼 이달 안에 농담에 대한 사적인 리뷰를 몇자라도 끄적여보는 것을 목표로 틈나는대로 읽고, 쓰고 되새겨볼 생각이다.
부디 1년 뒤에 최신 포스트가 이 글이 아니길 바라며.